23. 그와 그녀 (彼と彼女)
하늘하늘한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양 팔을 벌리고서 레일 위를 사뿐사뿐 걸어가는 여자.
짙은 색 청바지에 하늘색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그 뒤를 말없이 따라 걷는 남자.

이윽고 여자는 한 열 걸음 정도 앞에서 갑자기 멈춰선다. 뒤를 돌아보고 한 마디를 던진다.
"있지, 결국 이 철로 말야. 그저 평행할 뿐이잖아? 영원히 만날 수 없게."
"글쎄... 철로가 만나지 못하는 건 그냥 평범하게 평행하기 때문이라고 하긴 조금 다르지 않아?"
"응? 뭐가?"
"평행하다면 서로 평행선만을 그리며 나아가겠지만... 봐, 저기서 왼쪽으로 한 선이 구부러지면 다른 선이 뒤로 도망쳐. 또 거꾸로 그 선이 다시 오른쪽 방향으로 구부러지면 이번에는 이쪽 선이 오른편으로 달아나지. 서로 가까워지려고 하지만 영원히 그렇게 가까워지지 못한 채로, 아니 엇갈리지조차 못한 채로."
"듣고 보니 그럴듯한데. 그렇지만 이거,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건 아니잖아."
"그렇다고 해도 만나는 지점부터는 그걸 더 이상 철로라고 부르지 않겠지..."

"아, 기차 온다."
"조심해."
철길 옆에 있는 약간의 공간. 자갈 옆의 흙바닥에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서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본다.

"있잖아, ……까?"
그녀가 무언가 한 말은, 기차 소리에 묻혀서 아무래도 잘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.
기차가 멀어지고 그는 그녀에게 묻는다.
"응? 조금 전에 뭐라고 말했어?"
"됐어. 아무것도 아님."
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어딘지 즐거운 듯한 모습이다.
일어나서 묻지도 않은 흙을 터는 척 하고는 통통 튀는 박자로 기차가 지나간 철로 위를 다시 뛰어간다.
그 뒤를 따라 걷는 남자는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이다.
"방금 기차소리 때문에 잘 안 들렸어. 뭐라고 했는데?"

그 말을 듣고, 그녀는 또다시 멈춰서, 뒤를 돌아본다. 여전히 즐거운 표정으로 한 마디를 덧붙인다.
"아니,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말할 수 있었어."



---

으악 이번에도 규칙 깼습니다 난 몰라-
사실을 고백하자면 이거 지금 쓴 글은 아닙니다. 약 2년쯤 전에 쓴 글...
그땐 즐거웠어요. 나름대로 행복한 줄 알고 있었던거 같음. 하여간 그럴 무렵에 쓴 글 티가 팍팍 나서...
손댄건 문장 약간 정도. 썩 이쁜 글은 아니지만... 하여간 올려봅니다.
사실 최근 너무 오덕포스팅이랑 와우포스팅만 한거 같아서 둘다 아닌걸 좀 올려보고 싶었음...
by 수박 | 2009/03/27 01:41 | 트랙백 | 핑백(1) | 덧글(6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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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Arcturus at 2009/03/27 20:36
오덕포스팅도 와우포스팅도 아닌걸 올려보고 싶어서 올렸으나 결론은 무관심크리...

뭔가 슬프네요 'ㅅ'

ps. 까자
Commented by 수박 at 2009/03/28 13:05
이건 원래 관심이 없을 글이라
Commented by 아오이 at 2009/04/02 20:31
저랑 같이 한창 단문 40제 하시는 분 중에 규칙 철저히 지키시고, 65자 한 자라도 오버될까 신경쓰시는 분이 계셔서, 그냥 규칙따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쓰는 저는 정말로 ....라는 느낌입니다!
수박님 글 보니까 좋네요ㅠㅠ 서로 절대로 가까워지지 못하는 거리라..
Commented by 수박 at 2009/04/08 19:52
저도 가능하면 지키려고 했는데 이거 쉽지가 않아서(..) 예전글 들고와서 일단 생각난김에 땜빵 하나 적어뒀습니다.
ㅠㅠ 잘 못쓰는 글이라 조금 슬프네요. 더 잘 쓰는 방법이 있었을 거 같은데..
Commented by Niess at 2009/04/05 14:04
아, 기차온다를 으악, 기차온다 라고 읽었음.

그나저나 역시 무관심.
Commented by 수박 at 2009/04/08 19:52
그것이 군인의 비명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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