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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냥 장문.
언제나 그렇듯, 중요한 건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. 단지 짤막하게 기억나는 것들은, 내가 그 날, 급작스레 찾아왔지만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했던 편두통에 시달렸다는 것. 그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그 가게로 들어갔다는 것. 그리고,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. 아무 생각없이 블루 마가리타 한 잔을 주문했다. 그리고 잠시 뒤, 내 앞에 놓여진 푸른 유리잔을 지긋이 바라보다, 끝내 엎드려 울음을 터트렸다. 그대로, 글라스 주변에 묻어 있던 소금조차 맛보지도 않고, 컵을 집어올려 안에 든 푸른 빛의 액체를 한번에 목 뒤로 넘겼다. 쓰라린 데킬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고, 속이 화끈해지기 시작했다. 그게 아파서 또 울었다. 마구 울면서 또다시 주문을 했다. 한 잔 더요. 사실 두번째 잔에 담겨 있던 러스티 네일을 그대로 들이킨 뒤엔 뭘 주문했는지 잘 기억도 나질 않는다. 그렇게 취해서는, 앞뒤 없이 주절대기 시작한 내 신세 한탄. 재미도 없었을 그 길기만 한 이야기를, 그당시 바를 지키고 있던 그녀는 한마디 말 없이 조용히 들어주었다. 정말 뜬금 없이, 처음 보는 사람 주제에. 있죠? 저, 왜 싫은 걸 싫다고 이야기를 못 하는 걸까요? 차라리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하는데.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, 싫다고 말하면 그들이 날 싫어할까봐 그렇게 이야기하지도 못해요.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한테서, 미움받기 싫어서. 웃기지 않아요? 그러면서 점점 신경질만 늘어요. 그렇게 만든 주제에, 웃기지도 않게 생리중이냐는 둥 태연하게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웃으면서들 하죠. 그렇지만 그걸 싫다고 하지도 못해요. 지금까지 늘 그래왔으니까. 원래 까칠하던 사람이 까칠하게 반응하면 '저 사람 오늘 기분이 나쁜가봐'라며 피하면서, 나같은 사람이 날카롭게 반응하면 '너 오늘 왜그러냐'라던가, '오늘 뭐 잘못먹었냐'라는 식으로 비웃고 더 괴롭히죠. 다들 너무해요. 게다가 더 웃긴건 그렇게 노력한 나한테 친구조차 하나 없다는 거죠. 이런 이야기, 친구한테 털어놓고 싶었는데.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이야길 맨정신으로든 정신이 나가서든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 없는 거예요. 고작 이걸 위해서 내가 그렇게 노력한 거예요? 게다가 이 이야기조차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도, 어딘가에 적지도 못하죠.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 나를 친구라고 생각하던,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믿던 사람들은 나 때문에 상처를 받겠죠. 일기에 적어놓으면 잊을만하면 내 일기장을 슬쩍 살펴보고는 원래 넣어둔 방향과 다르게 놓고 가시는 어머니가 당신 자식을 걱정하시느라 한숨을 쉬시겠죠. 그래요. 결국 그 어디에도 털어놓을 수 없어요. 그래서 대나무 숲이 필요했어요. 그 임금님도 분명히 지금 나같은 기분이었을 거야. 아니, 차라리 당나귀 귀를 가졌어도 지금보다 기분이 비참하진 않을 거 같아요. 내가 바란 건 단지 작은 행복이었는데. 날 보고 웃어주고,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, 그냥 나를 가끔 따뜻하게 안아줄 누군가만 있으면 되는 건데. 심지어 그걸 바라고 있다는 말 조차 못하는 기분. 알아요? 그래요. 당신도 그런걸 알 리가 없죠. 얼굴은 잘 모르겠지만 여튼 행복해 보여요. '웬 한심한 인생이 하나 또 궁상떠는구나'라며 경멸하고 있겠죠. 그치만 당신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니까 상관 없어요. 마음껏 미워하라지. 어차피 난 사랑받지 못하는 걸. 그리고, 그때 그녀가 말했다. "그 마지막 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, 서론이 참 기시네요."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. 가슴이 답답했다. 그 말이, 알콜에 둔해진 내 신경을 강타했다. 그랬다. 단지 난, 어째서 날 사랑하지 않냐고, 사랑해 달라고 울고 있었을 뿐이었다. 모르는 사람 앞에서. 너무나 추했다. 그걸 자각하는 순간, 또다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.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, 그저 또다시 소리내어 울었다. 이미 주변에는 빈 자리 뿐이었다. 울면서 혼자 이상한 소리를 주절대는 여자 옆에 있고 싶은 손님은 없었을 테니까. 그러고는 마지막으로, 바보같은 말을 해 버렸다. "있죠, 그러면 나, 술 한잔만 사 줄래요?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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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직 두시도 네시도 안 됐거든
by 수박 at 12/27 ...자니? by Enigma at 12/27 안됩니다 by 수박 at 12/25 뭣 by 수박 at 12/25 그런거없고 수박님까자 by Arcturus at 12/25 최근 등록된 트랙백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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